
살아 있어서 눈을 떴고,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했다.
그 시작이 ‘희망’이나 ‘의지’가 아닌 그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어쩐지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처음 이 책을 펼친 건 솔직히 그 강렬한 설정 때문이었다.
“60대 여성 킬러”라니, 안 끌릴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파과』는 단순한 액션도, 짜릿한 반전도 아닌,
조용히 무너져가는 존재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온기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 삐걱거리는 몸과 기억, 그리고 남겨진 존엄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이 책의 주인공 조각은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몸은 느려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한때는 “전설”이었지만 이젠 퇴물이라 불리는 처지가 되었죠.
그녀는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저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습니다."
그 문장이 가슴을 툭—하고 치고 지나가요.
우리는 종종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만,
사실은 그냥 살아 있어서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지 않나요?
💔 공허를 보는 눈, 연민을 품는 마음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노화와 쇠잔을 겪으며 그녀는 ‘냉정함’보다
‘지키고 싶은 마음’을 알아가게 됩니다.
버려진 늙은 개를 품고,
청부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하고,
타인의 고통이 조각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조각의 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조각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든다.”
어쩌면 우리는,
늙어갈수록 더 단단해지기보다, 더 부드러워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요?
🌌 짧게 빛나다 사라질 존재들에 대한 찬사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파과』는 끝을 향해 가는 존재들을 찬탄합니다.
부서지고, 늙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문학적인 송가죠.
삶이 유한하기에 우리는 유난히 아름다운 순간을 가지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남기는 단 하나의 선물이라면,
조각이 택한 마지막은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다가옵니다.
『파과』는 단순히 여성 킬러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뜨거운 찬사”로 귀결되는 작품이에요.
시간 앞에서 누구도 예외가 없고,
우리 모두 언젠가는 삐걱대며 퇴물 취급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것, 연민, 그리고 온기는 남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 아닐까요?
당신이 오늘 하루를 살아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살아 있어서였나요?
괜찮아요. 그것이면 충분해요.
📚

『파과』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대학원 생활로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녀의 노화과정이 눈에 밟혔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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